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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티밋 워리어 사망, 3일간 펼쳐진 가장 슬픈 스토리

[뉴스엔 김종효 기자]

얼티밋 워리어의 사망은 그야말로 프로레슬링 각본 같았다. 그만큼 솔직담백하게 받아들이기 힘든 내용이었다.

'프로레슬링은 몰라도 호건, 워리어는 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높은 인지도를 자랑하던 얼티밋 워리어가 4월8일(현지시간) 사망해 팬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WWE는 얼티밋 워리어가 4월8일 향년 54세 나이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프로레슬링 전문 매체 프로레슬링 뉴스레터(http://wrestlingpaper.com/)에 따르면 얼티밋 워리어의 사망 원인은 정확히 알려지진 않았다. 다만 미국 연예매체 TMZ는 얼티밋 워리어가 이날 오후 5시50분께 미국 애리조나 한 호텔에서 아내와 함께 차를 타러 걸어가던 도중 갑자기 쓰러진 뒤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얼티밋 워리어가 쓰러질 당시 가슴을 부여잡은 모습이 목격됐고 이는 전형적인 심장마비 증세로, 사인은 당초 예상대로 심장마비일 것으로 추정된다. 얼티밋 워리어는 당일 오전까지도 공항에서 팬들과 함께 사진을 찍어주기도 했다.

프로레슬링 뉴스레터는 TMZ 보도를 인용, 얼티밋 워리어가 레슬매니아 30 참석을 위해 미국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에 방문했을 때부터 건강이 좋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고 밝혔다. 얼티밋 워리어는 지속적인 통증과 발한 증세를 보였고 주변 동료들이라면 누구나 쉽게 눈치챌 정도로 매우 나약해지고 건강이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

얼티밋 워리어는 WWE와 좋지않던 감정을 18년 만에 풀었지만 WWE 행사에 출연한 지 3일만, WWE TV쇼 링에 올라선 지 단 하루만에 사망했다.

◇앙숙 헐크 호건과도 화해했던 얼티밋 워리어

얼티밋 워리어 사망에 프로레슬링 업계는 한 목소리로 애도했다. WWE는 물론 TNA도 애도의 뜻을 표했으며 얼티밋 워리어와 함께 활동했던 선수는 물론 후배들도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빈스 맥마흔 회장과 트리플 H, 스테파니 맥마흔 등 WWE 고위 관계자들은 얼티밋 워리어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뒤 애도를 표하며 유족에게도 위로의 말을 건넸다. 직접 얼티밋 워리어와 접촉해 명예의 전당 헌액을 추진했던 트리플 H는 얼티밋 워리어를 '아이콘'이자 '친구'라고 표현했다.

얼티밋 워리어와 사이가 좋지 않기로 유명했던 헐크 호건도 트위터로 "고이 잠들길. 오직 사랑을.. 헐크 호건"이라는 글을 남겼다. 헐크 호건은 앞서 얼티밋 워리어가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후에도 "명예의 전당에서 얼티밋 워리어의 모습은 멋졌다"며 "얼티밋 워리어는 좋은 사람이며 언젠가 함께 새로운 에너지를 공유하고 싶다"는 화해의 메시지를 남겼다.

헐크 호건은 트위터를 통해 "레슬매니아 30 주간에 얼티밋 워리어와 대화하고 서로를 용서하고 포옹과 악수를 나누고 사랑한다고 말했다"며 얼티밋 워리어와 화해했다는 사실을 전했다. 헐크 호건은 "너무나도 슬프다. 얼티밋 워리어의 유족에게 신의 가호가 있기를"이라고 명복을 빌었다.

얼티밋 워리어와 심각하게 설전을 벌인 뒤 실제 싸움까지 얘기가 나왔던 케빈 내쉬는 지난주 WWE 명예의 전당 백스테이지에서 만난 뒤 껴안게 돼 너무 행복했다며 화해 사실을 밝히고 얼티밋 워리어 사망을 애도했다. 케빈 내쉬의 절친이자 함께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스캇 홀은 "끔찍한 루머를 들은거야.. 제발 워리어가 괜찮다고 말해줘"라고 그의 사망 소식을 믿지 못하다가 이내 영면을 기도했다.

이외에도 함께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기 전 얼티밋 워리어와 설전을 벌였지만 이내 화해한 제이크 '더 스네이크' 로버츠도 "불과 얼마 전 얼티밋 워리어와 대화를 나누고 앙금을 풀었다. 함께 일하자고 말했다. 워리어의 명복을 빈다"며 안타까워했다. 전설적인 레슬러 아이언 쉬크, 빌 골드버그, '라우디' 로디 파이퍼, 짐 로스, 더 락 등도 얼티밋 워리어의 사망에 큰 충격을 표했다.

후배 레슬러들도 마찬가지였다. 코디 로즈, 배드 뉴스 배럿, 세스 롤린스, 대니얼 브라이언은 각자 자신의 추억을 만들어줬던 얼티밋 워리어에 대한 존경을 표하며 애도했다. 셰이머스는 얼티밋 워리어로부터 영감을 얻었다며 그의 분장을 했던 과거 시절 사진을 공개했고 스팅과 얼티밋 워리어의 태그팀인 블레이드 러너즈의 매니저를 맡았던 젭 콜터는 트위터로 그들이 함께 했던 흑백사진을 공개해 뭉클함을 자아냈다.

◇얼티밋 워리어의 마지막 메시지 "누구라도 언젠간.."

얼티밋 워리어는 사망 전날인 4월7일 미국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 스무디킹 센터에서 열린 WWE RAW에 등장해 팬들에 대한 고마움을 내비쳤다.

얼티밋 워리어의 이날 연설 내용을 살펴보면 마치 얼티밋 워리어가 자신의 몸 상태를 알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 정도다. 얼티밋 워리어의 연설은 당시엔 WWE 명예의 전당에 올라 '전설'이 된 소감을 전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졌지만 사망한 후엔 이 연설이 혹시 자신을 사랑해준 프로레슬링 팬들에 대한 유언으로 해석해도 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얼티밋 워리어는 이날 "누구도 홀로 전설이 될 수는 없다"며 "누구라도 언젠간 심장이 멈추고, 마지막 한 번의 숨을 쉬는 날이 온다"고 말했다. 여러 프로레슬링 전문 매체 등은 이 말은 얼티밋 워리어가 자신의 마지막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내놨다.

얼티밋 워리어는 "내가 일생동안 했던 일이 다른 이들의 피를 끓게 만들고 본질과 영혼보다 깊고 거대한 것을 이끌어낸다면 나는 불멸의 존재가 될 것"이라며 "나는 이야기꾼들, 충실한 팬들, 나의 명예를 기리고 나를 자극하는 자들에 의해 영원한 삶을 얻었다"고 다소 추상적인 얘기를 한 뒤 팬들을 가리키며 "당신, 그리고 당신, 모든 여러분이 얼티밋 워리어라는 전설을 만들었다"고 고마워했다.

얼티밋 워리어는 후배 레슬러들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얼티밋 워리어는 "백스테이지에 전설이 되기에 충분한 후보들이 많다. 그들 중 일부는 전사의 정신을 가지고 있다. 그들에게도 똑같이 성원해달라"며 "여러분의 결정에 따라 그들은 열정과 강렬함이 담긴 인생을 살아갈 수 있다"고 당부했다. 이어 "여러분의 이야기에 따라 그들 역시 전설이 될 수 있다. 여러분은 얼티밋 워리어의 팬이다. 그리고 얼티밋 워리어의 정신은 영원히 계속될 것"이라고 포효했다.

◇의미심장 발언, 얼티밋 워리어는 마지막 순간을 직감했을까

앞서 WWE 명예의 전당 헌액 후에도 얼티밋 워리어의 발언은 의미심장했다. 이날의 50여분 가까이 된 헌액소감 연설 동안 얼티밋 워리어는 한맺힌듯 WWE의 마이크를 잡고 하고 싶었던 말을 쏟아냈다.

얼티밋 워리어는 명예의 전당 헌액 소감에서 "WWE에선 경기를 만드는 법 뿐 아니라 인생을 사는 법도 배웠다"고 했으며 "사람들로부터 프로레슬링 업계를 등한시한다는 오해를 받은 적도 있지만 난 하루도 이 업계를 잊은 적이 없었다. 프로레슬링 업계에서 발을 떼는 일은 힘들다. 하지만 언젠간 새로운 단계를 준비해야 한다. 그것이 새로운 세대를 도와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프로레슬링 업계 전체를 아우르고 후배 레슬러들을 위하며 팬들에게 고마움을 표하는 발언으로 보이지만 얼티밋 워리어 사망 후엔 본인이나 주변인들도 얼티밋 워리어의 몸상태가 좋지 않았던 것을 알고 있었는게 아닌가 하는 주장 역시 설득력을 얻고 있다. 특히 명예의 전당 헌액과 레슬매니아 다음날 WWE RAW에서 연설 당시 뛰어나오지 않았음에도 헐떡이며 숨이 가쁜 모습을 보여 의아함을 자아냈다. 명예의 전당 헌액 연설 당시엔 땀을 닦기 위한 수건을 따로 준비했을 정도였다. 마치 자신의 몸 상태를 알고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얼티밋 워리어와 함께 올해 WWE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리타의 발언은 이같은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리타는 얼티밋 워리어 사망 후 자신의 트위터에 "실감나지 않는다"며 "명예의 전당 백스테이지에서 빈스 맥마흔 WWE 회장은 우리에게 '언제가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일이니 무대로 올라가 마음껏 즐기다 오라'고 말했다"는 애도 글을 올렸다. 그 중 빈스 맥마흔 회장의 발언은 이미 빈스 맥마흔 회장이 얼티밋 워리어의 몸상태를 알고 있었다는 추측을 낳기에 충분하다.

얼티밋 워리어는 정말 자신의 몸상태를 알고 있었을까. 그리고 마지막을 직감하고 WWE와 18년의 앙금을 푼 뒤 빈스 맥마흔 회장에게 몸상태를 알려줌과 동시에 '유언'을 링 위에서 하게 해달라고 한 것일까. 모두 추측일 뿐이지만 사실이라면 너무 안타까운 얘기다.

사실이든 아니든 '최후의 전사' 얼티밋 워리어는 WWE 명예의 전당 헌액일부터 사망일까지 마지막 3일을 그의 캐릭터처럼 강렬하게 팬들의 뇌리에 심어주고 떠났다. 프로레슬링 팬들은 평생 본 프로레슬링 스토리라인 중 가장 슬픈 내용을 받아들여야 했다. (사진=WWE.com, TOPIC / Splash News, 셰이머스 트위터, 젭 콜터 트위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