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배우

이소룡 야비옹~

백삼/이한백 2014. 4. 9. 14:47

불멸의 무술 스타하면 제일 먼저 뇌리에 떠오르는 인물이 이소룡이다. 그가 세상을 떠난지도 어언 20년. 결코 짧지 않은 세월이 흘렀음에도 이소룡은 여전히 팬들의 가슴속에 살아 있다.

그는 단순히 무술영화에 출연하는 연기자가 아니라 진짜로 실전무도를 몸에 익힌 무술인이었으며 스스로가 창시한 절권도라는 무술을 세계에 보급시키기도 했다.따라서 그의 액션은 불을 뿜듯 박력이 있었고 호쾌함으로 화면을 장식했다.

"영화에서는 아무리 멋진 펀치를 날리더라도 동작의 반경이 작아 별로 볼품이 없지만 다이내믹한 발차기를 사용하게 되면 화면에서는 훨씬 멋지게 보인다"는게 평소 그의 지론이었다.

60년대말과 70년대초 미국 TV드라마에 단역배우로 출연하던 그는 1971년과 1972년 홍콩에서 제작한 `당산대형' `정무문'이 공전의 히트를 거듭하면서 일약 세계적인 스타로 발돋움했다.이어서 개봉된 `맹룡과강'과 `용쟁호투'는 명실공히 그를 월드스타의 제위에 오르게 했다.

하지만 `007 여왕폐하 대작전'의 주인공 조지 레젠비와 신장 2m10cm의 미국 프로농구 선수인 압둘 자바를 기용,야심작으로 촬영중이던 `사망유희'가삼분의 일 가량 촬영되었을 무렵 그는 돌연 영화의 제목같은 의문의 죽음을 당하고 말았다.

그 때가 바로 1973년 7월20일 금요일의 한밤중이었으며 이소룡의 나이 32세였다.이날 따라 날씨는 몹시 무더웠는데 `사망유희'에 출연 예정인 조지 레젠비가 저녁무렵 홍콩에 도착할 예정이었다.그 시간 이소룡은 대만 출신의 육체파 여배우인 띵페이의 집에 머물고 있었다.

그는 띵페이에게 "머리가 아프다"고 말했고 그녀는 별생각 없이 두통약인 `에콰제직'을 건네주었다.약을 먹고 잠든 이소룡은 이내 혼수상태에 빠졌으며 하오 10시가 넘어서야 퀸 엘리자베드 병원 C병동 9층 응급실로 이송되었다.

그러나 이미 그의 심장과 호흡은 정지되었고 동공이 활짝 열린 사망상태였다.가슴에 주사한 강심제도 아무런 효력을 발휘하지 못했으며 11시 반에는 결국 의학적으로 사망이 확인되었다. 하지만 그의 죽음이 너무나도 급작스러웠으며 또한 육체파 여배우의 침실에서의 사망이었기 때문에 그 사인을 둘러싸고 갖가지 의혹이 난무했다.

그의죽음을 놓고 중국의 한 한의사는 "이소룡의 시신에 생긴 검은 점은`낙마풍'이란 것으로 복상사(성교 도중 여자의 배위에서 남자가 갑자기 죽는일)의 전형적인 증상이다"라고 말해 세간의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이소룡의 사망원인에 대해 대만대학 의학부 병리학 교수인 엽서 박사는 "뇌종양 또는 뇌동맥류에 의한 뇌출혈"로,샌프란시스코 뱁티스트 병원의 라이스보드 박사는 마약 중독사로 각각 진단했다.

"이소룡의 근육은 20대 처럼탄탄했지만 마약 때문에 혈관벽이 시들어 마치 50대에서나 볼 수 있는 지경에까지 이르러 있었다"는게 라이스보드박사의 증언이었다.이소룡의 유체는 7월23일 퀸 엘리자베드 병원에서 해부 검시되었고 그 결과 홍콩정부 화학분석관인 임경량은 이소룡의 위와 작은창자에서 0.02~0.68BHC 가량의 마리화나가 검출되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육체파 여배우의 침실에서 혼수상태에 빠진 이소룡의 체내에서 마리화나가 검출됐을 뿐만 아니라 그 위에 복상사를 주장하는 목소리까지 가세되자 그의 죽음은 점차 미묘한 방향으로 스캔들화해 갔다. 1973년9월6일 목요일 홍콩의 신계지역 전만재판소에서 열린 검시재판은 "자살도 타살도 아닌 자연사로서 두통약 `에콰제직'의 성분가운데 하나에 이소룡의 체질이 민감하게 반응했기 때문에 일어난 `뇌출혈사'라는 극히 어정쩡한 판정을 내렸다.

그러나 갖가지 소문과 낭설 그리고 추측이 얼키고 설켜있었기 때문에 의학적 판단과 법적인 판정이 내려졌음에도 불구하고 그 죽음의 진상을 액면 그대로 믿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검시재판에서 내려진 판정이란건 사실상 `세계 최강의 사나이'라 불린 무술고수 이소룡의 사인으로 납득하기엔 너무나도 역부족인 것이었다.

사인 가운데 가장 끈질긴 세간의 의혹을 받은 것은 역시 복상사였다.육체파 여배우와 침실 그리고 마리화나의 결론이 바로 복상사였다는 도식은 통속적으로 가장 흥미가 있었으며 또한 그럴듯해 보였다. 그런데 당시 무술계 일각에선 또 다른 소문이 은밀히 떠돌기 시작했다.그것은 바로 신비한 무예를 지닌 무술가에 의한 암살임에 틀림없다는 것이었다.그리고 그 신비한 무예란 수천년 동안 무술계에 비밀 전수돼 온 `점혈법' 이라는거였다.

당시 항간에 떠돌던 이소룡의 사망원인으로는

1.심장마비
2.마리화나 쇼크
3.에콰제직 중독
4.뇌종양
5.에콰제직이 목에 걸린 질식사
6.독약에 의한 암살
7.무술시합에서 받은 상처의 악화
8.복상사의 여덟가지로 요약될 수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구구한 억측도 제9의 사인설이 수면 위로 부상하자 마치 봄눈 녹듯 순식간에 사그라들고 말았다.제9의 의혹인 무술가에 의한 `점혈'암살설의 진상은 바로 이렇다.

이소룡은 액션스타이기 이전에 하나의 무술인이었다.걸음마를 제대로 하기 이전인 유아시절부터 그는 부친인 이해천으로부터 내가권법의 일종인 태극권을 배웠다.태극권은 중국의 하남성 진가구에 몰려살던 진씨 일족에 의해 창시되고 발전한 기공을 겸한 무술이었다.

장성하면서 이소룡은 당랑권 공력권 영춘권 등으로 점차 무술의 폭을 확대해갔다.당랑권 공력권 태극권은 북파의 유명한 권법이며 영춘권은 남파의 대표적권법이다.여기서 북파 남파라고 하는 것은 양자강 이북과 이남의 지형적 영향에 따 무술의 발전 특성을 말하는 것이다.

또한 당랑권이나 공력권 영춘권 등이 근골피 즉 근육의 힘과 육체적 기량을 근본으로 하는 외가권법임에비해,태극권은 정기신 즉 내공과 기공을 위주로 하는 전통적인 내가권법이다.이로써 그는 남북양파와 내외가 권법을 골고루 한 몸에 익힌 종합무술가로대성했다.

이소룡이 소한생이란 사람으로부터 공력권을 배울 때,교환조건으로 당시 선풍적으로 유행되던 차차차를 그에게 가르쳐 주었다는 재미있는 일화도 빼놓을 순 없다.어쨌거나 전통권법을 수련한 무술가 출신이었던 그는 미국으로 건너온 1959년 이후 다양한 다른 무술의 영향을 받으면서 스스로 절권도를 창시함으로 전통권법의 본류로부터 떨어져 나갔다.

절권도는 종래 권법의 통상적 수련방식인 달련(혼자 형을 연습함)을 배제하고 글러브와 프로텍터(방어기구)를 착용한 채 파트너와 더불어 자유롭게 치고받는 자유대련을 훈련의 중점으로 삼았으며 철저히 권법의 전통을 경멸하고 무시했다.뿐만 아니라 "이제 낡은 것은 물러가야 한다!""전통무술은 실용성 없는 겉 껍데기만의 것이다!"라고 공공연히 외쳐댔다. 물론 그의 이런 태도는 수많은 전통권법가들의 살의와 진노를 불러일으켰다.

1972년 12월1일.이소룡에게 영춘권법을 가르쳐준 옛 스승인 엽문이 81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하지만 닷새뒤에 거행된 엽문의 장례식에 이소룡은 끝내 참석하지 않았다.이 일은 선배-그 중에서도 특히 스승에 대한 공경의식이 유달리 강한 중국무술계에 강한파란을 던졌고 이소룡은 결국 전체 무술계의 공적으로 비난받게 되었다.

전통무술에 대한 강력한 비난과 모욕 그리고 스승에 대한 배신행위 이외에도 이소룡이 그에 대해 극도의 증오심을 가진 전통무술 비밀결사에 의해 암살당했을 가능성을 얘기해 주는 실례는 또 있다.

`정무문'의 히트 이후 그가 창시한 절권도는 새로운 스타일의 무술로 받아들여져 홍콩 사회에서 꽤 큰 선풍을 일으키고 있었는데 이점에 대해서 대부분의 전통 무술인들은 대단한 불만을 느끼고 있었다.

그 무렵 홍콩의 한 텔레비전에서는 이소룡의 절권도와 기존의 전통무술과를 비교하는 특집 프로그램을 마련했다.이 자리에서 이소룡을 비롯해 전통무술계의 각기 다른 유파 고수 여섯 명이 출연했다.여타의 출연자들은 각별히 이소룡을 의식하면서 각기 자신들의 무술형을 과시하고 또 얼마만큼 이상적인지를 열을 올려 설명했다.

그 중 한 사람이 무술 특유의 기마자세를 취하면서 이렇게 외쳤다.
"누구든 나를 밀쳐내 보시오.나는 무술의 `기'를 운용하고 있기 때문에 절대로 이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을 것입니다"

출연자들이 한 사람 한 사람 차례대로 일어나 그를 자리 밖으로 밀어내기 위한 온갖 방법을 시도해 보았지만 결과는 실패였다. 그 사내는 태산처럼 제자리에 우뚝 선 채 한 걸음도 밀려나지 않았다. 남파권법 특유의 참장기공에 의한 낙지생근 내공술이 발휘됐던 것이다. 마지막으로 남은 것은 이소룡이었다.

"덤벼보시지,신출내기 애숭아!"
그는 거친 광동어로 이소룡을 자극했다.그러나 이소룡은 흥분하지 않았다. 다만 눈빛을 번쩍이며 특유의 대적자세를 취하더니 천천히 그쪽으로 다가갔다.출연자들은 물론 전국의 시청자들이 일제히 숨을 멈춘 채 다음 장면을 보기 위해 긴장했다.

긴장의 시간이 흘렀다.(이소룡은 과연 어떤특기를 발휘해 저 사내를 제 자리에서 밀려나게 만들것인가?)모든 사람들의 기대하는 바였다.그러나 다음순간.이소룡은 뜻 밖에도 사내의 안면에 굉장한 힘의 펀치를 한대 먹였다.비명과 함께 사내는 뒤로 벌렁 나자빠지며 기절했다.

"이게 무슨 짓이오.약속과 틀리지 않소?"
출연자들은 이구동성으로 항의했다.그러나 이소룡은 태연히 대답했다.
"절권도는 미는 짓 따윈 하지 않아요. 다만 주먹으로 칠 뿐입니다.이게 바로 실전무도란거요"

이 사건은 분명히 전통파 무술인들의 살의를 더욱 굳혔을 것이다.
이소룡에게는 불특정 다수의 적이 많았다.대다수의 전통 무술인들을 비롯해서 순식간에 인기권 밖으로 밀려난 영화계의 라이벌들 그리고 역사적 적대감으로 인해 철천지원수가 된 일본의 무술가들이 바로 그들이다.당시 홍콩에서는 미국돈 25달러만 주면 얼마든지 이 쪽에서 지정하는 사람을해치워줄 살인 청부업자를 구할 수가 있었다.

`중국무술의 비밀'이라는 책을 쓴 에드 파커는 그 저서에서 `점혈법'에 대해 이렇게 쓰고 있다."`점혈법'이란 신경점(혈도)에의 접근을 연마하는 비전의 무술인데 인체조직의 수련은 그것이 완전한 경지에 이르기까진 꽤 여러해가 걸리는 것이기 때문에 대단히 섬세하고도 확실해야만 한다.터득하기가 쉽진 않지만 무술에 있어서 `점혈법'은 확실히 존재한다"

미국의 유명한 무술 전문잡지 `블랙벨트'에 의하면 카와 리란 이름의 한 중국무술가는 성장 이후 자신의 일생을 줄곧 이 `점혈법'연구와 수련에 바쳤다고 한다.그는 지금 당장에라도 누군가의 머리 위에 손을 엊고 `기'를 진동시키면 몇년후 또는 자신이 원하는 만큼의 시간이 지난 뒤 그를 죽일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사실상 손바닥을 통해 `기'를 진동시키고 그 파장을 전이시키는 `격공전기법'은 무술의 가장 궁극적인 형태인 동시에 무술 최후의 경지다.

카와 리의 무서운 `점혈'살인법에 대해 무술잡지 `블랙 벨트'는 이렇게 설명한다.

"고도의 놀라운 집중력으로 무술가는 그의 내부 에너지인 `기'를 공명하는진동으로 변형시킨 다음 손바닥을 통해 희생자의 신체 혈도에 옮겨 넣는다. 그 진동이 극한에 이르게 되면 마치 음파를 이용해 유리를 깨는 것과 같은 현상이 일어나 상대를 죽이게 된다"

카와 리의 보충설명은 이렇다.

"일단 한번 이 진동이 몸 속에 내습해 들어가면 혈액순환기 계통과 폐 구조가 조직적으로 파열된다.폐는 치명적 인체기관 가운데 가장 상처받기 쉬운 곳이다"

이소룡의 시체는 이상하게도 폐혈관이 각별히 파열되어 있었다.혹시라도 이 점이 뭔가를 웅변해 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카와 리는 말한다.
"이러한 조직파열은 단계적으로 진행이 계속되며 그 확산은 인체조직의 모든 기능이 완전히 정지되어 숨이 끊어질 때까지 지속된다.피해자는 `점혈법'에 의해 공격을 당한 바로 그 즉시 또는 5년,10년 후에 죽게 되는데 그 기간은 어디까지나 공격자가 임의로 조절할 수 있다"

무서운 얘기다.카와 리의 주장대로라면 이소룡은 결국 그의 적들로부터 이 같은 방식에 의해 살해됐을 가능성이 결코 허구가 아니란 말이 된다.

기공의 관점에서 볼 때 `점혈법'이란 것은 인체 특유의 급소를 누르거나 찌름으로써 `기'의 순환노선을 끊고 단절시키는 중국무술 특유의 공격법이다.여기서 말하는 순환노선이란 바로 한의학에서 주장하는 경락인데,경락은 곧 `기`를 돌리고 피를 순환시키며 내외를 소통시키는 전신 조절계통이다.

경락 위에 점처럼 포진해 있는 것이 침놓는 자리에 해당하는 혈도인데 무술에서 분류하는 공격 가능한 혈도의 종류는 다음의 다섯가지다. 그 첫째는 `아혈'로 찔리면 언어장애를 일으켜 말을못한다.두번째는 `탄혈'인데 여기를 눌리면 부분 또는 전체적인 마비 현상이 일어나며 셋째의 `운혈'은 기절하게 되고 네번째 `광동혈'은 짚이면 발광하여 난동을 부리게 된다.

마지막 다섯번째가 바로 `사혈'인데 여기를 눌리면 사망하게 된다.
이소룡이 눌린 곳은 바로 이 `사혈'이 아닌가.

앞서 말한 카와 리 이외에도 숨어있는 무술의 달인들 중에는 이같은 `점혈법'에 능통한 고수들이 부지기수로 많다.물론 그들 역시 상대의몸에 아무런 흔적을 남기지 않은 채 즉시 또는 일정한 시간 뒤에 사망하도록만드는 조절 능력을 지니고 있다.

`점혈법'중에서도 이와같은 시간차 암살을 `변시점혈법'이라고 하는데 이소룡의 피살형태가 바로 여기에 해당된다는 것이다.예컨대 팬을 가장하여 그에게 접근한 뒤 악수하는 척 손을 내밀어 암암리에 특정 혈도를 누른다.그러면 그 결과는 자객이 원하던 시간대에 이소룡의 사망으로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물론 `기'와 경락에 대한 개념이 없는 현대의학에 의한 해부 검시로는 전혀 그 증거를 잡을 수가 없음은 물론이다. `변시점혈법'은 그 이론적 근거를 한의학에 있어서의 자오류주학설에 두고있다. 즉 인체의 12개 경락은 기혈을 운행시키는데 12개의 시간대(2시간 간격)변화에 따라 주기적 변화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어떤 시간대에는 특정한경락과 그 경락상의 특정한 여러 혈도에 기혈이 가장 왕성하기 때문에 바로 그 시간 해당 혈도를 자극하면 전체적인 순환이 단절됨으로 해서 신체적 장애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게 그 요지다.

실제로 중국무술에서는 `점혈법'을 써먹기 위한 수련의 방법으로 손가락힘과 악력을 길러주는 `묘공'또는 `점화공'을 단련한다.또한 정확한 취혈을 위해 전신혈위도를 숙지하고 목인(나무 인형)또는 동인(동 인형)을 대상으로 반복 수련한다. 물론 `점혈법'의 구체적인 것은 많은 부분이 비밀로 되어있고 또 함부로공개하지도 않는다.

기공에도 무술에 있어서의 `점혈법'같은 `정신술'이라는게 있다.상대방의 혈도를 직접 누르거나 또는 멀리 떨어진 위치에서 `기'를 발방하여 그로 하여금 온몸에 마비되어 꼼짝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