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역사

대동법은 민생 중시한 조선 최고의 세제 혁명”

백삼/이한백 2013. 10. 10. 09:19

대동법은 민생 중시한 조선 최고의 세제 혁명”

한윤정 기자 yjhan@kyunghyang.com

 

ㆍ한국학중앙연구원 이정철 연구원 책 펴내


조선 중기 효종(1649~1659) 2년에 도입된 대동법(大同法)에 대한 연구 성과를 담은 책 <대동법: 조선 최고의 개혁>(이정철·역사비평사)이 나왔다.

일종의 세제 개혁인 대동법은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이후 피폐해진 민생을 달래기 위해 현물로 납부하던 공물을 쌀로 대신 내도록 한 것으로 흔히 알려져 있다. 학계에서 대동법은 1960년대부터 연구되기 시작했으며 조선 후기 상업자본의 발달을 가져온 제도, 혹은 지배층과 피지배층의 대립과 타협의 산물로 평가돼왔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인 이정철씨(45·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연구소 연구원)는 대동법에 대해 ‘조선 최고의 개혁’이란 평가를 내린다.

 

“대동법 실시는 조세의 80%를 삭감하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이런 혁명적인 개혁조치는 축적된 국정운영 경험을 가진 전문 관료와 지식인들이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경세의 담론과 정책을 결합시킴으로써 가능했습니다.”

역사학계에서 처음으로 대동법 연구서를 낸 이정철 한국학중앙연구원 연구원. 강윤중 기자


그는 조선의 정책결정 과정이 매우 탁월했다고 보는데 이것은 대동법의 추진과 실시에서 빛을 발한다. 조선의 세금제도는 토지에 부과되는 조(租), 노동력을 수취하는 용(庸), 공물(지역특산물)을 거두는 조(調)로 이루어졌는데 조선 전기에는 조(租)의 비중이 가장 컸다. 세종 때 이뤄진 전분(田分) 6등, 연분(年分) 9등의 과세 기준 마련은 토지의 질과 생산량에 따라 균등 과세를 실시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렇게 조(租)의 수취가 공정한 체제를 갖추자 공물을 걷는 과정에서 점차 부정이 생기고 양란으로 인해 그 부과량이 많아지면서 민생 파탄의 주범이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도입된 대동법은 단순히 공물을 쌀로 바꿔내게 해주는 데 그치지 않고, 지방수령의 조세 재량권을 중앙정부가 공적 영역으로 통합시킨 것이 핵심이다.

“대동법 실시 이전에도 공물을 쌀로 내는 관행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었습니다. 그러나 대동법은 이를 중앙정부가 정식으로 인정하고 법제화함으로써 점퇴(공물의 품질을 이유로 수령을 거부하는 것), 방납(공물을 대신 내고 이자를 받는 것)과 같은 부정의 고리를 끊었다는 점에서 혁명적인 조치입니다.”

대동법은 충청도와 전라도를 중심으로 도입된다. 경상도와 평안도는 일본, 중국과의 관계에 재정의 많은 부분이 소요됐고 나머지 지방은 중앙재정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았다.

저자는 대동법의 근원을 인조(1623~1649) 3년에 도입된 삼도대동법에서 찾는데 이것은 광해군 때의 선혜법에 효시를 둔 기존 연구와의 차이점이다.

“이원익, 조익, 김육, 이시방, 김홍욱 등 관료들이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인조 때 대동법을 추진했던 이들이 효종 연간에 오면서 조정에서의 담론 형성을 주도하고 지방 유생들의 지지를 얻어 제도를 실현시키게 되지요.”

이씨는 “조선은 결코 공리공론의 나라가 아니었다”는 점을 강조한다. 후대의 역사가들은 조선을 당쟁의 나라, 민생과 동떨어진 공리공론의 나라로 평가하지만 이는 외형만을 본 것이다. 당시 통치방식은 과거의 국정 운영 경험을 끌어오거나 이를 상황에 맞게 변형함으로써 정책을 실행했다. 그리고 이를 그들이 공유하는 성리학적 지식으로 요약하고 추상화 했다. 따라서 경전을 인용하는 것은 정책을 추진하는 핵심적인 수단이자 표현방식이었다.

저자는 “일부 재야학자들과 문필가, 사상가들이 문집을 많이 남긴 데 비해 관료들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아서 그들의 국정 운영에서의 역할이나 중요성이 폄훼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런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서 그는 <대동사목>이란 당시 법령집 외에 <조선왕조실록> <비변사등록> <승정원일기>와 개인 문집 등을 참고했다.

“우리 속담에 ‘가난 구제는 나라님도 못한다’고 하지만 당시 위정자들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조선 관료들은 이식위천(以食爲天·백성은 먹는 것을 하늘로 삼는다)이란 말을 자주 했고, 백성의 민생을 책임지지 않는 나라는 나라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저자는 “국가를 경제적으로 규정하면 결국 세금과 민생의 문제로 귀결된다”면서 “세금과 민생이 만들어내는 모습은 특정시기, 특정국가의 맨얼굴”이라고 말했다. 그런 측면에서 대동법에 대한 최초의 연구서인 이 책은 노무현 정부의 종합부동산세 도입, 이명박 정부의 종부세 폐지, 최근 한나라당 내부의 부자감세 논란 등 정책 성공의 경험이 일천한 현재 한국사회에 던져주는 시사점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