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시

구부러진 길 / 이준관

백삼/이한백 2014. 4. 1. 11:13

구부러진 길 / 이준관



      구부러진 길 / 이준관

      나는 구부러진 길이 좋다.
      구부러진 길을 가면
      나비의 밥그릇 같은 민들레를 만날 수 있고
      감자를 심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
      날이 저물면 울타리 너머로 밥 먹으라고 부르는
      어머니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다.
      구부러진 하천에 물고기가 많이 모여 살 듯이
      들꽃도 많이 피고 별도 많이 드는 구부러진 길.
      구부러진 길은 산을 품고 마을을 품고
      구불구불 간다.
      그 구부러진 길처럼 살아온 사람이 나는 또한 좋다.
      반듯한 길 쉽게 살아온 사람보다
      흙투성이 감자처럼 울퉁불퉁 살아온 사람의
      구불구불 구부러진 삶이 좋다.
      구부러진 주름살에 가족을 품고 이웃을 품고 가는
      구부러진 길 같은 사람이 좋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