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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평균 300만달러…박병호 몸값, 왜 예상보다 적었나

백삼/이한백 2015. 12. 4. 12:07

김형태기자] 5년 최대 1천800만달러(약 208억4천400만원). 보장금액 4년 1천200만달러. 연평균 300만달러.

미네소타 트윈스 입단이 확정된 박병호(29)의 몸값은 예상보다 적었다. 5년 이상 다년계약에 연평균 500만달러 이상은 확보할 것이라던 국내와 미국 현지의 전망보다 훨씬 적은 액수다. 지난해 '미지의 상태'에서 피츠버그 파이리츠와 4년 1천100만달러 보장계약한 강정호(28)와 큰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구단이 '갑'인 조건

여기에는 몇 가지 요인이 꼽힌다. 우선 협상 자체가 처음부터 박병호에게 불리한 조건이었다. 포스팅시스템을 통한 미국 진출은 최고 응찰액을 써낸 구단 한 팀과만 협상이 가능하다. 여러 구단과 자유롭게 '흥정'할 수 있는 FA 시장과는 전혀 다른 제도다. 단 한 개의 구단과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탓에 대우가 다소 박하더라도 선수가 조건을 감수해야 한다. 처음부터 구단이 '갑'의 위치에 있을 수밖에 없는 구조로, 정 계약 조건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메이저리그 진출을 포기하는 수밖에 없다.FOX스포츠의 칼럼니스트 켄 로젠설은 박병호 계약이 결정된 뒤 "포스팅 제도의 불공평함을 보여주는 예"라며 "선수가 메이저리그로 진출하는 데 있어 어떤 영향력도 발휘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둘째는 미네소타라는 구단의 '한계'다. 잘 알려졌듯이 미네소타는 자금이 풍부한 구단이 아니다. 선수 몸값에 있어 어느 정도 상한선을 두고 있다. 더구나 요즘 미네소타는 팀을 재건하는 과정에 있어 선수 한 명에게 큰 돈을 쏟아붓기 어렵다. 올해 연봉총액 1억200만달러로 빅리그 30개 구단 중 19위에 불과하다. 더구나 연봉 500만달러 이상인 선수가 5명 뿐이다. 박병호가 확보하게 된 평균연봉 300만달러는 팀내 40인 명단에서 9위에 해당한다.

더구나 박병호 영입을 위해 투자한 돈이 만만치 않다. 박병호 개인 몸값은 총액 1천200만달러이지만 미네소타는 박병호와 독점협상권을 얻기 위해 포스팅금액으로만 1천285만달러를 투자했다. 지출이 결정된 금액만 2천485만달러이고, 5년째 구단옵션까지 포함하면 3천85만달러로 액수는 더욱 커진다. 연평균으로 계산하면 600만달러로, '스몰마켓'인 미네소타로선 만만치 않은 금액이다. 초기 투자비용이 큰 탓에 선수 몸값으로 큰 돈을 쓰기가 애초에 어려웠다.

◆스몰마켓 한계…박병호 의지 복합된 결과

무엇보다 박병호 개인의 미국 진출 의지가 워낙 강력한 점이 잡읍없이 계약이 마무리된 가장 큰 요인으로 여겨진다. 일찌감치 메이저리그에서 뛰겠다는 꿈을 품은 박병호는 지난 시즌 뒤 해외 진출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혔고, 목표를 달성했다. '큰 무대'에서 뛰겠다는 뜻이 워낙 컸기에 계약 조건은 큰 고려사항이 아니었다. 어느 정도 자존심을 세워줄 금액이면 순순히 사인할 생각이었다는 게 주위의 전언이다. 일단 메이저리그 무대에 나서서 세계적인 선수들과 맞서 싸운 뒤 성과를 내면 그 때 가서 대형 계약을 따내도 늦지 않다는 판단이 자리잡고 있었던 것이다.

이번 계약으로 박병호는 류현진(28, LA 다저스)과 강정호에 이어 KBO에서 빅리그로 직행한 3번째 선수가 됐다. 미네소타가 당장 다음시즌 붙박이 지명타자로 그를 활용할 계획인 만큼 한국 홈런왕의 위용을 한껏 과시하는 일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