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오픈하우스

단층 목조 황토집

백삼/이한백 2014. 5. 2. 17:19

 건축정보
· 위 치 :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남원읍 태흥1리 1984-5
· 부지면적 : 1196.7㎡(362.0평)
· 대지면적 : 661.2㎡(200.0평)
· 건축면적 : 본채 109.1㎡(33.0평) 2004년 완공
..................별채 ① 33.0㎡(10.0평) 2005년 완공
..................별채 ② 66.0㎡(20.0평) 2007년 완공
· 건축형태 : 단층 목구조 황토집
· 주 재 료 : 제주도 편백나무, 제주도 황토
· 외벽마감 : 황토 모르타르
· 지 붕 재 : 개량형 한식기와(본채), 아스팔트 슁글
· 천 장 재 : 노출 서까래+루버, 오량천장(본채 거실)
· 내벽마감 : 황토 모르타르
· 바 닥 재 : 편백나무 마루
· 난방형태 : 가스보일러, 보조난방-벽난로형 아궁이(본채)

 

 서울 촌사람 지연배 · 차금연 부부가 낯선 땅 제주도로 이주 후 부지를 구입할 당시만 해도 사람들은 '그런 땅 사서 뭐하려고 그러냐'는 표정들이었다. 그러나 세 채의 황토집이 앉혀진 지금의 땅을 다시 본 사람들은 '이렇게 달라졌어?'하며 경탄을 금치 못한다. 혹자는 십수 억을 호가하는 수도권 부지와 맞바꾸자고도 한다. 부부는 단호히 'No'라 한다. 그 대신 자연으로 이뤄진 황토집의 효능을 맛볼 이에게는 늘 문을 열어둔다. 지금까지는 필요한 이들에게 두 채의 별채는 물론 부부의 살림집까지 잠깐씩 내어 줬는데 이제는 아예 세를 내어 장기간 편하게 휴양하도록 할 참이다.

 

 지연배(50세) · 차금연(63세) 부부는 2002년 연고도 없는 제주도 땅을 밟았다. '아는 사람도 없고 지역 사정도 잘 모르는데 서울에서 이 먼 데까지 어떤까닭으로 왔냐'는 기자의 질문에 "살기 좋잖아요?"하고 반문하는데 '좋다'는 그 한마디에 많은 게 함축된 듯 들렸다.
서울 남대문시장에서 의류도매업을 줄곧 했던 차금연씨는 억척스럽게 지탱해 오던 서울생활을 훌훌 털어버리고 이곳으로 내려와 전업주부로 눌러앉았다. 차 씨는 도시에서 네 가지의 질병으로 생활에 늘 불편을 겪었는데 아토피, 비염, 음식 알레르기를 수십 년간 달고 살았고 편도선 수술을 두 차례 했다고. 차 씨는 이 모두 도시가 가져다 준 병이라 했다. 제주에 내려와 황토집을 짓고 살면서 음식 알레르기를 제외하고는 씻은 듯 나았으니 분명 '도시병'이라 판단된 것이다. 그리고 황토집은 치유의 집이라 했다. 황토집에 살기 시작한 후 1~2년 지나자 신체가 전반적으로 건강해짐을 느꼈고 40년간 하루세끼 먹듯 꾸준히 복용하던 항생제를 끊어도 될 정도여서 스스로도 놀랐다고 한다.
"이렇게 좋은 것을 우리 가족만 누리기는 아깝잖아요. 나처럼 몸이 불편해 자연 속에서 휴양이 필요한 분이 있으면 방을 빌려 주면 좋겠다 싶어 33평짜리 살림집을 짓고 살다가 추가로 10평짜리 황토집을 지었어요. 정말 나무와 황토로 된 집을 찾는 사람이 많더라고요. 또 많은 인원이 한꺼번에 오는 경우도 있어 한 채 더 짓고 싶은 욕심이 생겼지요. 두 번째 집 짓고 2년 후 20평짜리 황토집을 한 채 더 올렸어요."

 

- 109.1㎡(33.0평) 황토집 -

 

 제주 편백나무와 순수 황토로 지은 집, 효능을 나누다

그렇게 해서 부부는 5년 새 한 울타리 안에 황토집 세채를 갖게 됐다. 귤나무, 벚나무, 감나무, 동백나무 등이 양옆으로 도란도란 줄지은 진입로를 따라 들어가면 외부에서는 전혀 짐작도 못하던 황토집이-제주에서는 귀하다는 황토집이 그것도 세 채나-터에 폭 안긴 형상으로 있고 집 뒤로 모습을 드러낸 솔숲에 눈이 휘둥그레진다. 원래 임야였던 이 부지는 솔숲이었는데 495.0㎡(150.0평) 정도의 솔숲은 그대로 살리고 나무가 듬성한 자리를 다듬어서 집을 앉혔다. 돈으로 살려면 수억 원이 들 수도 있는데 50그루의 소나무를 거저 얻은 것이다.
정면에 황토집 본채가 있고 그 좌측으로 두 채의 황토집 별채가 배치돼 있다. 옹이가 그대로 드러난 편백나무 통나무를 기둥으로 삼은 세 채의 황토집이 정겹고 푸근하다. 전면에 보이는 두 채는 길이 30㎝ 남짓한 편백나무 토막을 벽체에 고루 심은 후 외부로 드러나게 시공해 외형의 독특미를 살렸다.

 

- 66.0㎡(20.0평) 황토집 -

 

 

 건축업에 종사하는 남편이 '왜 힘들게 흙으로 집을 지으려 하냐 시멘트로 짓자'며 극구 말렸어도 자연 재료만으로 건강한 집을 짓겠다는 아내의 고집을 꺾지 못했다. 일례로 나무젓가락을 일절 쓰지않고 야외에 갈 때도 꼭 쇠젓가락을 가지고 다닐 정도로 친환경주의자인 아내는 건축자재 선택도 예외일 수 없었다. 구조재는 수입목대신 제주산 편백나무를 남편이 손수 다듬고 1년여 건조시킨 것을 썼고 흙 역시 인근 지역 저수지 개발 때 퍼낸 황토를 가져다 썼다.
편리하고 단열성도 높이는 황토벽돌 조적 방식도 있으나 차 씨는 예전 방식을 취해, 기둥과 기둥 사이에 가로 세로 부재를 결구시키고 간간이 나무토막을 가로로 심으면서 짚을 섞은 황토를 맞벽치기 방식으로 벽을 쌓아올렸다. 천장 역시 서까래 위에 루버를 걸고 그 위에 흙을 두툼하게 깔고 한식 토기와를 얹었다. 건축주가 직영으로한 데다 옛날 방식을 취하다 보니 시공기간이 무려 1년 4개월이 걸렸다고.
두 번째 집(10.0평)은 고생을 덜기 위해 편백나무와 조적벽돌로 구조체를 만들고 대신 벽체 내외부에 황토미장을 두툼하게 해 총 벽체 두께가 30㎝ 되도록 했다. 지붕은 시공이 까다롭고 비용이 많이드는 한식기와 대신 아스팔트 슁글을 올렸고 자연의 기운을 담기 위해 천장에 흙을 덮었다. 공간 구성은 욕실이 딸린 LDK(Living Dining Kitchen) 형태의 심플한 원룸이다.

 

- 33.0㎡(10.0평) 황토집 -

 

세 번째 집(20.0평)은 부부가 두 차례 황토집 짓기를 통해 체득한 노하우를 살려 지은 집으로 벽체 두께가 무려 50~60㎝로 단열성과 흙의 기운을 강화하고 천장고가 5m 40㎝ 정도로 꽤 높다. 천장고가 높기에 지붕에 흙을 까는 어려움이 있어 서양식 단열재 시공 후 아스팔트 슁글로 마감했다. 공간 구성은 현관에 들어서면 바로 거실과 한 칸짜리 방이 배치돼 있고 방 위로 거실과 오픈된 다락이 배치돼 있다. 건물 후면 쪽으로 천장 고를 낮추고 경사지붕을 인 거실과 별도의 지붕 아래 주방과 식당, 욕실이 배치돼 있다. 박공지붕을 취하고 천장고를 높인 덕분에 서양식 목조주택의 느낌이 나는 이 황토집에서는 한 칸 방을 형성하는 내부 기둥이 통으로 사용돼 종도리를 떠받치는 모습이 겉으로 드러나 자연미가 물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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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쩍쩍 갈라진 황토벽의 틈을 메우기 위해 황토 모르타르 미장을 새로 했다. 1~2년마다 연례행사처럼 하는 일이지만 차금연 씨는 불편함을 느끼기보다 그처럼 순수 자연으로 이뤄진 집에서 산다는 증거이므로 오히려 즐겁게 받아들인다. 황토집 관련 서적을 탐독한 덕분에 다른 분야는 몰라도 황토집에 있어서는 준전문가 수준에 이른 차 씨는 자연 재료로 지은 집은 약간의 불편함이 따를 수 있지만 호흡이 자유롭고 푹 잘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고마울 따름이라고 한다. 그간 33.0㎡(10.0평) 66.0㎡(20.0평)의 두 채를 필요한 이들에게 잠깐씩 내어 줬는데 손님의 출입과 방 관리에 불편함도 있어 아예 세를 내어줄 계획이다.
(자료:전원주택라이프)